2004-05-31

새로운 친구



오늘 밖으로 나간 김에 테크노마트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영입해왔다.

일명 CanU.
130만 화소의 카메라 내장 핸드폰.
전화는 그럭저럭(?) 잘 걸리고,
화면도 넓고, 칼라고 사진도 잘 찍히는 듯?

하지만 너무 비싸. :(
오늘 너무 무리했다.
아무래도 몇 달은 굶어야할 듯... -_-a

그래도 어렵게 구한 새 친구니까
오래오래 친하게 잘 지내야지. :)



2004-05-30

대겸재



간송미술관에서 오늘까지(!) 열었던
겸재 정선의 작품전 '대겸재'.

신문 기사jinto님의 글을 통해
전시회가 있음을 뒤늦게 알고 오늘 비로소 다녀왔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

한성대 입구에서 약 20분을 걸어서 도착한
간송미술관은 낯설은 곳이었지만,
아늑한 분위기와 시원한 나무 그늘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1층은 비교적 대작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2층에는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내가 갔던 시각에는 1층에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2층으로 먼저 올라가야만 했다.

하지만 2층도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열어젖힌 창으로 하늘거리는 푸른 잎이 보이고
나무 그늘 밑에서처럼 시원한 바람이
전시장 안까지 불어와서 겸재의 수려한 산수화를 보는 정취를 더해주었다.

많은 인파때문에 떠밀려 가듯이 그림을 보는 중에도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바로 '개화사'라는 그림때문에...


참조 : http://www.seoul.go.kr/org/organ/info/culture/history_book/seoul_mountain/8/031211/1483,9022,0,0,0.html

이쯤되니 정말 땀을 흘리며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따라오는 뒷사람이 신경쓰여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불만스러웠지만
이 그림에서만큼은 뒷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지고,
마냥 바라보며 한숨만 지을 뿐...

그외 전시된 작품들은 주마간산격으로 훑어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바글대는 사람들.
흡사 시장바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과제를 하러왔는지 '사진 금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디카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아이들과
그림을 보기보다는 화제를 써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럴줄 알았다면 평일에 월차라도 쓰고 올 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어쩌랴? 오늘이 마지막인 것을...

그러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바라본 겸재의 그림은
정말이지 장쾌, 그 자체다.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내리는 박연폭포
'노시는 길에 나도 끼워주오' 하고 싶은 만폭동
참조 : http://user.chollian.net/~bonjourg/st/st-orient-landsc.html

그리고 내금강을 한 화면에 잡아낸 풍악내산총람에 이르면
아직 가보지 못한 금강산이 한 눈에 보인다.
비록 겸재 만년의 대작인 금강전도를 보지는 못했으나,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적이다.

그렇게 감상하고 나니 고작 1시간 30분이 지났다.
애초에 적어도 3~4시간은 잡고 보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들의 숫자에 너무 빨리 지나쳐버린 셈이다.
아우~ 아쉬워, 아쉬워... -_-;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술관을 나오는 참에
간송미술관에서 간행한 겸재 도록을 한 권 사고
영인본 판매하는 곳을 기웃거리다가
눈에서 불똥이 튀는 듯한 경험을 또 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조희룡의 매화서옥도 영인본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갑에 얼마가 들었는지도 생각못하고 덜컥 사버렸다.

정선의 그림에 그동안 그렇게 구하던 그림들까지...
이거야 말로 1석 3조인 하루. :)
돈은 좀 깨졌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다.

미인도에 한 번 웃고,
매화 그림에 더위를 달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2004-05-29

동물, 인간의 동반자





얼마전에 읽은 총, 균, 쇠에서는
인류 문화 발달이 지정학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한 이유를
길들일 수 있는 대형 동물의 유무에서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동물과 인간이 함께 해 온 1만 2천년 이상의 역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궁금증에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한다.

개에 대해서 갖는 친근함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런 죄의식없이 사육하고 도살해서 고기를 얻는 돼지.
똑같은 동물인데 왜 이런 차이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 애완동물을
전세계의 반 정도의 가정에서 오히려 사람보다도
더 사랑을 주며 키우는 까닭은?

상식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사회에서 번창할 듯한
애완동물 키우기가 실은 그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다른 주장이라서 흥미롭다.

동물이 인간과 교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위치와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식자재에 불과한 존재라는
모순을 인간은 어떤 방법으로 회피하고 있는지까지...

서로 상반된 논문과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실들이
많은 부분 단순한 편견에 불과하다는 점을 풀어주는 것이 훌륭했다.

특히 내 생각과 다른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의 여지를 남겨두어 또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04-05-28

조전문(弔電文) - 전화기의 영면에 바치는 글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는 당신을 보니
아주 가버리신 것 같아 못내 섭섭합니다.

하긴 전에 고장났을 때, 이미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받았음에도
당신께서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던 것은
내게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잠시 동안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당신의 마지막 배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당신의 절실함을 미처 알지 못하고
어떻게하면 더 버텨볼까 잔꾀를 쓰던 나의 부덕함이
전화기로써 사명을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절망과 함께
당신의 수명을 모두 갉아먹고 말았군요.

그 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그래서 이제 당신의 부활에 대한 더 이상의 집착을 버리고,
지난 2년간 내 곁을 매일 지켜주던 당신을 자유롭게 놔주려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대신해줄 무언가를 찾아야겠지요.

그러나 새로운 무엇으로 당신의 빈자리는 메꿀 수 있을지언정,
당신을 통해 엮어냈던 즐겁고 슬펐던 소중한 기억들은
당신의 영면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무섭습니다.

어디를 봐도 당신만한 인연을 찾을 수가 없지만,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고장난 몸을 안고 부단히 전파를 찾아 헤매는
당신을 보기가 안쓰러워 여기서 그만둡니다.

당신을 매정히 버리지 못하고
나의 고물 상자에 보관합니다.
그 곳에서 오래전부터 잠들어 있는 삐삐와 함께
먼 미래 어느 날, 잊어버린 옛 기억을 떠올려주는
나의 귀중한 기념품이 되어주세요.

2004년 5월 28일 전화기를 보내며...



2004-05-24

마이너리티 역사 혹은 자유의 여신상





지난 주말, 곧 결혼 예정인 친구 내외(?)와 함께
오랫만에 오붓한 자리가 있었다.
예전에는 꽤 솔로가 많았는데, 이제 커플이 더 많아진 현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있으랴? 축복을 빌어줘야지. :)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인천을 다녀와야했던 길이어서
또 다시 읽을 거리를 고르다가 걸린 책이다.
한가지 주제를 담은 총서류의 얇은 책 두께는
최근 두꺼운 녀석들때문에 겪은 고충때문인지 특히나 반갑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하여
미국에 제공한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는 미국을 상징하는 현대의 신화적 기념물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성은 시대에 따라 많은 굴곡을 겪는다.
때로는 신세계로 향한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여신으로,
때로는 잡다한 열등인종의 침략을 막기위한
방어벽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최초로 혈연이나 지연이 아닌
이념을 기반으로 세워진 미국은
왜 오늘날의 과오를 비롯하여 역사상 수차례
자신의 존립 근간인 자유와 평등을 스스로 해쳐왔던것일까?

미국 마이너리티들-흑인, 여성, 유대계, 아시아계 등-의
수난의 역사가 자유의 여신상에 투영되는 모습은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순적이다.

게다가 그나마 1960년대
마이너리티들의 치열한 투쟁에 의해 얻어진 자유와 평등이
이제 다시 테러방지를 이유로 유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도달하면
정말 역사에 진보는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미국 사회의 억압과 불평등의 역사를
역설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라는
저자의 끝맺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핸드폰이 다시...



황천 근처를 맴돈다.

일요일 오전부터 전파를 못잡고
계속 '신호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애절한 멘트를 내보내며 땀을 흘리고 있는 중. -_-;

아무래도 따로 안재우고
주머니에서 나랑 같이(?) 잔 것이 화근인 듯... -_-;;

뭐 전화 통화라고 해봐야
'고객님, 이번 대출은...'
'축하드립니다. 추첨에 당첨되셨습...'
'이 보험에 가입하시면...'
'영어공부하세요.'
'야, 길동, 너 뭐해?, 잘못 거셨습니다.'

등등의 전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_-;;;
통화들이 대부분이라 특별히 핸드폰이 필요한지 의문이지만,
언제 위급한 전화가 걸려올지 몰라서
녀석이 다시 말썽피우는 것에 관대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하나...
예전처럼 다시 기적의 소생을 믿어볼 것인가,
아니면 그 동안 수고한 녀석을 이젠 은퇴시켜야 할 것인가?

참나...
술 먹는 돈은 하나도 안 아깝더니,
핸드폰 사는 돈은 왜 이리 쓰기가 싫은거지? -_-a



2004-05-21

나를 배반한 역사





역시 박노자다.
나는 그가 쓴 글을 읽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 사람이 진짜 귀화 한국인이 맞아? -o-;
토종(?) 한국인인 나에 비해 너무나 해박한
그의 한국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많은 감탄을 자아내고,
때때로는 옹졸함까지 느끼게 만든다. -_-;

이 책은 박노자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표준적인 한국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나의 역사의식을
다시 한번 좌절시켰다.
많은 부분 중고등학교 때의 국사 교과서에 의해
정립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관은
박노자의 유려한 글 속에서 모래성처럼 흩어져버린다.

근현대사의 훌륭한 조상들이 지녔다고 배운 선구적인 사상들,
예를 들면 민주 사회를 위한 갈망,
제국 주의에 대한 저항 등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성한 믿음이
그의 문제 제기로 인해 무너진다.

그렇다고 박노자가 한국의 근현대성과 당대의 위인들을
무참히 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무비판적으로 옹호되는 것들에 대해서
그렇지 않은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고,
역사를 다양한 논의로 채우려는 노력이라고 봐야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성공한 것 같다.

그가 구소련에서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도전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그가 계속 이런 글로
우리를 일깨우고 자극하는 존재로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존경하고 싶다.
어찌 그리 글을 잘 쓰는지... -_-;;



2004-05-20

묘한 세상 인연



오늘 팀회식에서 그 동안 매일 앞자리를 지키고 있던
팀원 아저씨와 몇몇 얘기를 주고 받다가,
같은 고등학교 출신임을 알게되었다.

더욱이 황당한건 불과 한 기수밖에 차이나지 않은
선배님이었다는 사실... -O-;

분명히 고등학교에서 몇 번쯤은 지나쳤을텐데,
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되었다는 것도 -_-스런 일이지만,
바로 앞에 앉아있던 팀원이 학교 선배였다니!!!
조금 코드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

아뭏튼 뒤늦게라도 알게되었으니 다행이다.
세상 넓고도 좁다는 말을 실감한 하루. -_-;



2004-05-19

추억의 노래



BBS에 갔다가 우연히 본 어느 글에서
예전에 즐겨듣던 노래를 봤다.
그 노래를 들은지 10년째라는 생각이 스쳐서
한 모퉁이에서 찾아 다시 들어보는 중이다.

1994년 늦은 겨울 밤, 기숙사 한 구석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듣던 장혜진의 애절한 목소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심금을 울리지만,
지금은 또 달리 느껴지는 까닭은 무얼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노래가 다르게 들리는구나.




01. bEfoRe tHe pARtY
02. 사랑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03. 내게로
04. 雨
05. cOMplEx
06. 그런 나
07. 귀여운 남자
08. 1994년 어느 늦은 밤
09. 사랑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2004-05-17

인물과 사상 1~20권





재작년, 그러니까 2002년 초에
반값 판매라는 말에 혹해서 -_-;
덥썩 사버린 인물과 사상 단행본 시리즈 1~20권.

1997년 1월에 제 1권이 발간되어
2001년 10월 출판된 제 20권까지,
각 책이 나올 때마다 그 시기의 인물들과 그들의 사상,
그리고 사회적 사건에 대한 비평이 빼곡이 실려있다.

근 2년이 지난 어제 비로소
구입했던 20권의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사이에 강준만 교수는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다시 10편이나 더 발간해서 내 기운을 쏙 빼놓는다.
저걸 과연 다 읽을 수는 있을까? -_-;

아뭏튼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준만 교수의 글을 즐겨 읽고,
게다가 '월간 인물과 사상'까지 2년동안 구독하게 된 까닭은
그의 글이 지식인들의 위선을 통쾌하게 까발리기 때문이다.

소위 지식인 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기만적인 언행을
공적인 인터뷰나 신문 기사등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비평...
한국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사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덕분에 나는 이제 더 이상 유명인사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권위 인정을 하지 않는다.
또한 아는 것을 실천하여 일관성을 지닌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제 다 읽고나니 빚을 모두 갚은 듯 홀가분하다.
남은 책들이 아직 마음에 걸려있지만 그건 천천히 보기로 하자.
물론 시간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데로...



2004-05-13

처음 1년



오늘로 blog를 쓰기 시작한지 1년째.

길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포기없이 이만큼이나 해왔는지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고,
짧다고 생각하면 불과 1년동안
글의 성격에 많은 굴곡이 있었음을 느낀다.

총 327개의 포스팅,
그리고 125M 분량의 글과 자료들.
내 느낌, 생각들이 1년동안 참 많이도 쌓였다.

요즘 매너리즘에 빠져서
밋밋한 글을 쓰거나 소홀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 1년을 기점으로 다시 내 삶의 기록들을
조금 더 활력있게 남겨보려는 의욕을 불살라야겠다.

앞으로 다음 1년도 부지런히 기록하고
후회없이 살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힘내자~, 아자~



2004-05-12

우리들의 천국





흔히 '반만년 역사를 지닌'이라는 표현으로
긴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써의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긴 역사를 가졌다는 우리에게
왜 변변한 신화가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얼핏 생각하면 단군 신화 정도가 떠오를 뿐이고,
그리스나 로마, 중국, 북유럽 등의 풍성한 신화와 비교한다면
그 양과 질에서 너무나 빈약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 동안 알려지지 못한 우리 민족의 신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천지 창조 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단군의 조선에 이르기까지를 대상으로 삼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새롭게 쓴 우리 민족만의 신화이다.

언뜻 보면 한단고기를 연상하게 하는 내용도 그렇거니와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것을 천시하는 현 풍조에서
이런 책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만큼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찬란한 과거를 보여주는데
인색하지 않고 오히려 지나침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마치 빅뱅 이론을 차용한 듯한 천지 창조 신화,
그리고 성경의 아담과 이브에 대응하는 나반과 아만의 인류 창조 신화,
그들의 후손이 에덴 동산 격인 한밝산을 등지면서 이어지는 인류종의 분화,
빼앗긴 낙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절대신에게 귀화하기 위해 펼쳐지는
수백만년 간의 황궁씨, 유인씨, 환인, 환웅, 그리고 단군왕검의 노력 등등,
단군 이전의 신화를 모자람 없이 보여준다.

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으나
신화를 이야기 하고, 역사를 기록한 듯한 책.
그리고 그 역사는 저자의 도발적인 질문들,
예를 들면
- 인류가 백두산에서 시작되었다?
- 중국의 시조는 한국인이다?
- 불교, 기독교, 유교, 도교는 한국에서 비롯되었다?
등의 대답이다.

읽다보면 마치 역사서같은 느낌을 주어서,
근현대에서야 정립된 이념이 수천년 전 또는 심지어 수백만년 전에 등장한 것처럼
묘사한 부분들은 정말 -_-;;; 이란 느낌이 들게 했지만,
다시 소설 또는 신화라는 생각으로 돌아가서 읽으니 용납할 수 있었다.

모든 좋은 것이 다 우리 민족으로부터 나왔다는 얘기를 보다보면
좀 어처구니 없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저자의 의견처럼 외국의 신화는 자연스레 인정하면서
굳이 우리 것(과연 우리 것인지는 모르겠으나)에 대해서만
엄격한 눈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그냥 넘어가련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가 책을 쓰기위해
충분한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던데,
책 말미에 그런 자료를 좀 나열해서
좀더 심층적으로 찾아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하지만 소설, 신화에 대고 그런 걸 요구한다는 건 좀 지나친 거겠지? -_-a

그나저나 정말 우리 상고사의 연구가 좀 활발히 이루어져서
읽어버린 신화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04-05-11

생과 사



과동기이자 회사 동료이기도 한 허모군이
토요일에 득남을 하였다.
축하할 일이다.
5년전만해도 제일 암울해 보였던 녀석인데,
이제 애 아비가 되어 가장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인간사 새옹지마, 딱 그 말이다.

한쪽에서 이런 경사가 있는 동안
내게는 다가올 불행이 느껴지고 있다.

좋은 일에 즐겁게 웃어주어야 할텐데,
할머니 일을 떠올리면 웃는 것조차 죄스럽다.
그렇다고 굳은 얼굴로 일관할 수도 없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단 말인가?

가만히 생각하다 문득 대학시절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있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죽음은 삶의 대극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써 존재한다.'

기억에는 대충 이랬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정말 그렇다고 동의하고 공감하던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그 글로도 위안이 되질 않는다.
뭐가 대극이고 일부란 말인가?
말장난같다.

친구의 새 생명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기쁘다.
할머니의 부재가 곧 현실이 될 것 같아서 슬프다.

기쁘고 슬프니,
웃고, 울고, 다시 웃고, 울고...

차라리 미쳐버린다면
내 감정따라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으련만...



2004-05-10

위르겐 힌츠페터



관련기사

조선일보와 같은 비언론에 의해
자칫 폭도들의 만행 또는 망각의 역사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실상을
목숨을 걸고 취재하여 진실을 폭로한 인물이다.

작년 쯤이었던가?
그가 찍은 필름을 TV에서 방영해주었을 때,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름 모를 사람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싸우고 죽어가는 장면을
촬영한 힌츠페터의 필름은 백마디, 천마디 말보다 더 확실하게
비상식적인 짐승들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었다.
뒤늦게라도 그분들이 억울한 누명을 벋을 수 있었던 것에는
그의 노력도 적지 않으리라...

이제 그가 5.18 기념 묘역에 묻히길 원한다고 한다.
광주시에서 관련 조례를 들어 거부하고 있다지만,
곧 해결될 것 같아 보인다.

참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가시는 길이 편하시길 빕니다.



2004-05-09

병문안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토요일 새벽에 도착.
그리고 병상에 누워계신 할머니를 뵌 아침.
내려가는 동안 아프신 할머니 생각에
간혹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는데,
정작 누워계신 할머니를 마주하니 난감했다.
병색이 완연하신 모습에
나마저 우울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오히려 평소처럼 행동해야했다.
할머니 손을 꼭 쥐어드리는 것 밖에는
다른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지...
이럴 때 내가 의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푸념아닌 푸념을 하며
편찮으신 할머니를 뒤에 두고 올라와야 했던 것이 마음 아프다.
다음 주에 또 내려가야겠다.
진작에 효도 많이 했어야 했는데...



총, 균, 쇠





부제 : 무기, 병균, 금속이 어떻게 문명의 불평등을 낳았는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문명.
피부색과 생김새 외에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정복과 피정복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어떻게 유럽은 이미 15세기에 아메리카를 그렇게 철저하게
파괴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었을까?
어째서 아프리카는 근세기 유럽의 식민지로 고통받게 되었던 것일까?
왜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배워온 세계사는
그 반대로 쓰여지지 못한 것일까?
가령 인디언이 유럽을 정복한다던가,
아프리카인이 유럽을 식민지로 삼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을 다음과 같은 원인에서 찾고 있다.
- 인간이 유라시아 대륙에 살기 시작한 것이
다른 대륙에서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였다.
- 작물화 가축화할 수 있는 야생 동물이 더 많았다.
- 문명확산의 방향이 남북 방향이었던 다른 대륙에 비해
유라시아에서는 동서 방향으로 더 쉽게 퍼질 수 있었다.

700여 쪽에 이르는 책의 내용은
이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로 가득하다.
인종의 차이때문에 문명의 차이가 당연하다는 주장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유럽이 오늘날까지 인류의 중심세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단지 저 세가지 우연의 일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아주 우연히 작물화에 훌륭한 야생 식물이 많은 곳에서 살고 있어서
식량 생산에 훨씬 유리했고,
또한 우연히 가축화할 수 있던 소나 말과 같은 대형 동물이 존재하여
필수 단백질을 공급받고 노역과 전쟁에 이용할 수 있었으며
가축으로써 함께 살면서 수많은 병균에 면역을 갖게 되었던 것,
그리고 이를 통한 잉여 생산으로 인해
사회구조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에서의 경제적 상황에 따른
사회 발전의 차이에서 확인하여 보여주는 것 등등
참으로 흥미있는 설명으로 가득하다.

고고학, 분자 생물학, 인류학, 사회학 등등 온갖 학문을 넘나들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저자의 탁월함이 감탄스럽다. -o-;
참으로 재미있는 세계사 책이다.
고등학교 때 읽었다면 전공을 바꿨을지도... :)



2004-05-05

비흡연자로의 복귀



5월 1일을 시작으로 담배를 안하고 있다.
엊그제 한대를 피우긴 했지만
그건 자의가 아니었고 예의상 입담배(?)만 한 것이니,
(담배 끊었다고 동료들에게 유난 떨기가 싫었다.)
스스로 욕구에 못이겨 결심을 무너뜨린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_-;

작년 8월쯤에 접대용으로 담배를 다시 하다가
결국 올해, 회사에서의 이런저런 어려운 사정을
담배로써 위안 삼는 단계에까지 오고 말았다.

수차 그만두려했던 시도가
의지 박약 또는 옥죄어오는 스트레스때문에
늘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았는데,
최근 몇 차례 가진 술자리에서 담배의 유혹을 참아내면서
이젠 비흡연자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끼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담배라는 것은 내게 중독의 대상이 아니라
습관의 일부분이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하고 탐닉하게 되었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그것이 연기로 화해 흩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습관의 보조물...

그러나 이제 그 습관을 버리려고 한다.
다시 니코틴에 대한 갈망에서 벋어나려 한다.

힘든 시간을 함께 해주었던 것에는 감사를...
대신 내 건강을 파먹었던 것에는 저주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도
이제는 그만이다.

담배여, 이제 안녕!!!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TV에서 우연히 듣게되어 샀다.

체리필터, 러브홀릭과 같은 모던락 계열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모두 시원스런 목소리의 여성 보컬이 있다는 것 뿐이다. -_-;

음반을 사게된 직접적인 동기였던 타이틀 곡은
두번째 트랙에 있는 소풍...
일하면서 들으면 참 시원할 것 같다.

Dorothy in Wonderland


01. Sunday Morning
02. 소풍
03. Flying High
04. 달링
05. 초무 Candle Dance
06. 몰랐어
07. Stranger
08. Brunch
09. One Heart
10. 구름
11. I Hate You, Cause I Love You
12. Hold On
13. One Heart
14. 遠足(엔소꾸)
15. 일요일 오후 놀이터



2004-05-03

시련의 하루



지난 5월 1일에 대학 동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장소는 부산.

거리가 먼 만큼, 아침 8시 반에 미리 대절한
관광버스로 출발하기로 되어있었던 터라,
그 전날 밤에는 평소의 알람을 다시 조정해야 했다.
핸드폰의 알람을 6시 30분으로...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녘까지 몸을 뒤척이며 잠을 못자겠더니만,
결국 아침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잠결에 어렴풋이 울리는 벨 소리에
'이제 일어나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알람을 끄려하는데, 도무지 꺼지지 않는거다.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어라? 통화 중이네? -_-?
'누가 알람에 맞춰 전화를 했지?'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며 -_-;
전화를 받아보니 동기회장이 언제 도착하냐며 대뜸 닥달...
'우씨, 시간맞춰 나가려고 하는데 무슨 일이야?'
하고 시계를 보는 순간,
비로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했다.
그 때가 바로 8시 35분이었다. -_-;;

알람을 못 들은 것지, 아니면 울리지 않은 것인지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아뭏튼 확실히 지각해버렸다.
일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관광버스는 보내고,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서두른 덕에 다행히 9시 30분 버스를 잡아탈 수 있었다.

그러나 '오후 3시 결혼식까지는 들어갈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되어 버렸으니...
부산에 거의 다 와서부터 막히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나와서 또 막히고,
그럼 결혼식 중에라도 들어가자는 생각에 택시를 잡아탔더니
무슨무슨 행사라며 거리는 온통 혼잡 그 자체.
오히려 지하철보다 더 늦고... -_-;;

그렇게 간신히 도착한 예식장에서는 이미 사진찍기까지 다 끝나고
사람들이 식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T_T;
신랑에게만 나 왔다고 손 흔들어주고 나오는데,
얼마나 꿀꿀하던지...
그렇게 5월 1일은 나에게 시련의 하루였다. -_-;

비록 내게는 시련의 하루였지만,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친구의 소중한 결혼식에
그래도 빠지지 않게되어서 다행이다.
(아, 빠진 셈인가? -_-;)

잘 살아라~ 유부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