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30

지행불일치



오전에 일찍 일어나보려고 맞춰놓은 알람은
막상 잠결에서는 그냥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읽기 위해 침대 옆 협탁 위에 늘어놓은 책들은
한참 TV를 보고 난 후 잠들기 전에 자책감만 안겨준다.

오늘은 어디까지 일해두자고 다짐하며 출근하지만
퇴근 길에는 도대체 뭘했는지 한숨만 나온다.

주말에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해보려 생각하나
정작 주말에는 밀린 일에 쫓기듯 회사로 나간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제대로 일이 될리 만무하다.

특징없는 생활, 쳇바퀴도는 생활이 그렇게도 싫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보고 싶어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어색함이
방석 안의 바늘처럼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렇게 살다가 정말 바보가 되는게 아닐까 걱정되어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볼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결국 소극적인, 정말 졸렬할 정도로 모자란 성격 탓일런가?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니 참으로 스스로 불쌍하다. -_-;

이만큼 나이를 먹어서도,
아직 수신도 못하고 있으니
제가는 언제할 것인가?

아이야, 아이야...
네가 파고 들어간 구멍, 이제 스스로 빠져나오려무나.



2004-03-24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 2





참 오랜만에 읽었다. -_-;

이주헌씨가 쓴 이 책,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은
제목 그대로 50일동안 가족과 함께 유럽을 일주하며
유명한 미술관을 찾아 예술품들을 감상하는
감상문 + 기행문 형식의 글이다.

무려 50여 곳의 미술관을 방문했다고 하니
그 빡빡한 일정을 미루어 짐작할만 한데,
게다가 세살, 한살된 아이들과 같이 다녔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 가족이 얼마나 초인적이고 필사적인
감상 여행을 다녔는지 혀를 내두룰 뿐이다.

유럽에 산재한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그 미술관에서 저자가 주목했던 작품과 예술가에 대해 언급하고,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문화의 향기를 만끽하는
가족의 표정까지 함께 담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족과 함께 이런 여행을 결심한 저자의 선택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이를 이해하고 같이 예술을 즐기는 배우자의 배려,
그리고 무의식 중일지라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아이들에 대한 부러움까지...
오히려 예술품에 대한 감상과 설명보다
이들 가족의 미술관 체험이 더욱 부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언제쯤 나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런 여행을 해볼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기회가 되면 꼭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다녀보고 싶다.

비록 도판이나마 한 순간 마음을 뺏겨버린 그림을
또 하나 이렇게 만났으니 더이상 좋을 수가 없구나.


뵈클린의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from here)



2004-03-23

나태



회사에서 퇴근하면 TV를 켜고
자기전까지 게임 방송이나 격투기 또는 뉴스 방송을 본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뜰 때에나
간신히 일어나서 밥 챙겨먹고 출근.
다시 회사에서 퇴근하면...

게으름의 반복 생활. -_-;
뭔가 이 패턴을 변형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없이 TV를 멍하니
보고 있는 걸 깨달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

정신 차리자. 정신!!!



2004-03-18

HDD Failure



어제 저녁, HDD가 고장났다.
컴퓨터에 달려있던 80G, 60G, 40G의 HDD중
60G 웬디가 맛이 가버린 것...

HDD 소리가 이상하길래 잽싸게
컴퓨터를 끄고 열을 좀 식힌 후,
다시 붙여봤더니 다행히 아직까지 인식은 된다.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는 여지는 남은 것 같아서
안도했지만 60G이나 되는 데이터를
어디다 옮겨둔단 말인가? -_-a

새로운 HDD를 사야할지,
아니면 일단 CD로 백업해둬야 할지 난감하다. -_-;;

그나저나 여지껏 살면서
회사에서가 아닌 집에서 HDD가 고장나긴 처음이다.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하다 말고,
갑자기 'HDD가 모두 고장나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떠올라 기분이 암울해졌다면 기우인 걸까? -_-;

아뭏튼 여러모로 싱숭생숭.
그래서 안전한 저장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이다.



2004-03-16

선인장





지난 일요일 꽃사러 양재화훼시장으로 가던
친구를 따라갔다가
방안이 적적한 것 같아 큰 맘 먹고
맞아들인 새 동거수(同居樹), 선인장.

이제 한 식구가 되었으니 잘 살아보자꾸나.
나는 네가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줘도 된다는 말에
너무 기뻤다. :)
(절대 무관심해도 죽지는 않겠다는
안이한 생각때문이 아니다. -_-; )

너의 질긴 생명력, 내게도 조금만 나누어 주렴.
무엇이 너를 그리 아프게 하였길래,
세상을 향해 가시를 내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의 그런 모습도 받아들이련다.

다시 한번 잘 부탁해. :)



2004-03-12

대통령 탄핵



노무현대통령이 탄핵됐다.
이럴수가...
기가 막혀서...



2004-03-10

학교 옆에 살 때의 단점



아침부터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구령 소리.

'좀 있으면 끝나겠지'하고
못잔 잠을 더 자려고 버티고 있었지만,
무려 두 시간동안 계속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말았다.

학교 옆은 조용할 꺼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저럴지 누가 알았으랴. -_-;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그 시절을 지났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까먹는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아뭏튼 덕분에 지금은 수면 부족 상태.
아함~ 졸려...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 -_-a



2004-03-08

케이블 유감



지난 주말에 연결한 케이블 방송을 보느라
주말을 몽땅 까먹었다. -_-;
일요일 오후에 회사 나가서 잠깐 일보고 온 걸 제외하면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TV를 본 셈인데,
보면서도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더니
오늘 아침에는 아예 주말을 홀랑 잃어버렸다는
후회까지 드는 것이 아닌가? -_-;;

괜히 비싼 설치비와 시청료를 물어가며
도움도 안되는 걸 신청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철회할까? -_-a
에고, 그렇다고 방 한가운데 놓여있는
TV를 바보로 만들 수도 없고...

결국 내가 조절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군. -_-;



2004-03-05

3월 눈의 후유증



3월에 웬 눈이 이리 많이 오나 싶을 정도로
엄청 내린 눈.

덕분에 내 방 옆에 있는
경사로에서는 20분 전부터
자동차 바퀴 헛도는 소리가 들려온다. -_-;

눈이 잔뜩 쌓여있는 학교 운동장을 보고,
그 안에서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이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혼자서 그러다가 하얀차 타게 될까 싶어 참았다. -_-;

그나저나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온 것이
오늘만큼 흐뭇하기는 처음이군. :)



2004-03-04

정리



포장 이사라고 했더니,
왠걸... -_-;

짐을 포장할 때는 편하더니만,
다시 짐을 풀 때는 이리 저리
아무데나 흩어놓아서 다시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짐이 많은 탓인지
방 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
온전히 나의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이리저리 짐을 옮기고
방 구조를 바꿔보는데,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이다.

이 방에 적응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그래도 정리하고 적응하는 것은
내 노력에 달린 일이련만,
혼자 힘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해야 할런지 깜깜하다.

하지만 힘을 내보자.
세상에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몇이나 되겠나?
힘을 내자. 빠샤~



2004-03-01

3.1절



85돌을 맞은 3.1절.
이제는 단순한 휴일정도로만 느껴지는 날이다.

만약 어제 술이나 먹고 잤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그렇게 아무 느낌 없었을 것이다. -_-
하지만 어제 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나철' 편은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나철과 대종교.
기억으로는 국사책 한 쪽 분량에도 못 미칠 정도로
간략하게 다뤄진 인물과 단체이다.
하지만 이 분과 이 종교단체가
항일무장독립투쟁의 핵심 세력이었다는 것은
어제서야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김좌진, 서일, 박은식, 신채호 등,
당대의 인물들이 대부분 대종교인들이었다는 사실.
하지만 왜 그들이 소속되어 활동한 단체와
그 창시자는 지금껏 이렇게나 알려지지 못한 것인가?
이에 대한 어느 원로 국사학자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친일파들 때문이라는...

나라가 독립한지 반세기가 지났건만
아직까지 우리는 제대로 독립하지 못했다.
옳은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불의에 항거한 인물들은
아직도 만주에 묻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 시대와 야합한 모리배들은 주류를 자처하고
나라 운운하며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려 궤변을 늘어놓고있다.

후세를 위해 하신 일, 설사 후세가 알아주지 않는다 한들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으실만큼 크고 고귀한 분들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부조리함을 알고도 묻어두는 것은
사람으로써 할 일이 아니다.
훌륭한 일은 보상을 받고,
나쁜 일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다.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이 분들의 행적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약하지만 먼저 관계 서적과 자료를 탐독하리라.

홍암 나철과 대종교.
그 크신 뜻과 행동,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역마살



내일이면 2년동안 살았던 이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간다.
떠나기 전에 해결해야할 자질구레한 일들을 제외하면
짐을 꾸리고 이사할 일만 남은 것이다.

서울에 와서 이제 5번째 이사.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한때 나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던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는 감상보다 더 강렬하다.

문득 나는 고정된 그 무엇에 뿌리를 박고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집, 직장, 생활, 사람...
이 모든 것에 대해 굳건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언제든지 흘러갈 수 있다 생각하며, 또 그렇게 행동하는 것...
천상 역마살 아닌가?

착근하지 못한 삶은 자유를 대가로
불안과 고독을 얻는다.
하지만 아직은 바람에 떠 돌아다니는 꽃씨이고 싶다.
언젠가 좋은 땅을 만날 수 있을꺼란 희망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