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30

백년동안의 고독





추석 전, 시골에 가면 뭘 할까 하다가
여전히 할 일은 책 읽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어들고 갔다.

언젠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무척 꿀꿀한 책이었다고 얘기했을 때,
그렇다면,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어보라는 추천이 있어서
역시 냉큼 샀던 책인데,
추석 때 읽기용으로는 조금 잘못 골랐다는 느낌이다.

이 책이 선사하는 꿀꿀한 고독감을 즐기기에는
추석의 떠들썩하고 따뜻한 집안 분위기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낙엽이 날리고 휑한 찬바람으로 서늘한 가을을 느낄 때,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외부와 단절된 듯한 강력 고독감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꿀꿀함, 고독함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은
사실 대부분 즐겁고 묘하며, 신기한 내용이다.

읽는 사람의 국어 실력을 점검하는 듯이
길고 긴 수식어가 붙어있는 만연체의 문장은
역자의 수고스러움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지루한 문장으로
어떻게 이만큼이나 눈을 떼지 못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 놀랍다.
또한, 사실과 환상을 오가는 탁월한 줄타기의 모호함은
마치 할머니 무릎 위에 누워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듣는 기분을 준다.

이 책의 정수는 막바지에 있다.
온갖 부산스럽고 떠들썩한 부엔디아 가문의 일대기는
결국, 종말을 맞게 되고, 그것은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

사는 것도 이러하지 않는가?
끝이 있는 존재라는 서러움.
그러나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발버둥치지만 운명은 항상 똑같다.
그래서 고독한 것이다.
차라리 미래를 예결할 수 없는 짐승이었다면...

이 가을 감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상실의 시대가 주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그 무엇이다.
다만, 너무 어리거나, 감수성이 예민한 분들에게는 비추.
그들에게는 한동안 폐인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이 책이 주는 느낌은 은근하고 강렬하다.

끝으로...
이 책의 등장인물은 거의 4~5대의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이다.
그리고 거의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똑같은 이름의 인물들을 혼동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지는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러나 여전히 헛갈릴 때가 있다. -_-a



2004-09-24

명절이 무어냐



삶이 극히 무미건조해지는 탓일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혐오해 왔음에도
이제는 명절이 일상의 틀을 깨는 것 같아 불편하다.

예전에는 명절이라면 무조건 쉬기 때문에,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기에 마냥 좋았는데...
그리고 할머니께서 오랜만의 손자의 모습에
기뻐하시던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그분이 머무르시던 시골집에서
더 이상 눈으로, 피부로, 귀로 할머니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명절의 흥미를 앗아가버렸다.

가족이 왜 가족인지...
명절이 왜 명절인지...

의기소침한 명절이다.



2004-09-22

보너스



추석 상여라는 명목으로 원래 주어야 할 돈을
주면서 보너스(일명 뽀나스)란다.

그런데 이게 뭐냐?
웬 세금이 이리 많아? T_T;

뽀나스 받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는 꿈을 꾸다가,
세금으로 떨어져 나간 금액을 보고 꿈이 깨버렸다. -_-;

아~ 안타까운 직장인의 유리지갑이여~~



만족



최근 내 방에서 머물고 있는 친구 녀석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넌 당분간 혼자 계속 있겠다. 혼자서 너무 만족하며 잘 산다."

둘이 되기 위해서는 불만족 상태가 되어야 하는건가?
진정???



2004-09-18

GMail 주소 아이콘



진희님의 글을 보고
나도 하나 만들어봤다.

폼 나는군. :)





2004-09-17

향수





부제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언제인가 누군가의 추천을 보고 구입했던 책인데,
이번에는 다른 분의 강력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

부제에서 느껴지는 약간 부정적 이미지와
좀머 씨 이야기의 작가라는 선입견 탓인지
(뭔가 심오한 내용이 아닐까 라는...)
상당 기간 동안 읽기를 꺼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왜 이 소설을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첫 장부터 문장이 눈 안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몰입감을 주고,
짧은 장 단위가 자꾸 다음 이야기로 유혹하듯 구성되어
잠을 자기 위해, 혹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책장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을 너무나도 아쉽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힌가?
글자의 자모를 익히듯이
냄새의 자모를 스스로 깨우치는 천재.
때어날 때부터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에게
불운을 안겨주는 마치 악마의 세례자와 같은 주인공.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없기에 겪는 고통과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에 발휘되는 능력.
그리고 그를 둘러싼 범인들의 공포와 질투들.

이 모든 것이 잘 엮여져 마치 주인공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그의 살인이 왠지 이해가 된다. -_-;

향수에 대한 상식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던 것도 좋고
나도 나만의 향기를 하나쯤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품도록 만들기도 했다. -_-a

너무 너무 심심해서 가을 하늘에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강력히 읽어보라고 추천하겠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

다만, 책을 읽다가 잠을 못 잔다든지,
또는 끼니를 넘긴다든지 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2004-09-14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





최근 갑작스레(?) 늘어난 체중에 당황하고 있다.
생애 처음 70kg의 고지를 넘었으니 그럴밖에... -_-;

아마도 온갖 고칼로리의 음식을 뒤섞어 먹은
야식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은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푸념했던 옛날이
그리울 만큼 이제는 슬슬 부담이 느껴진다.

혹자는 나잇살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물살이라고도 하지만, T_T;
무엇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나날이 늘어가는 뱃살.
점차 볼록하게 나오는 뱃살이
아무리 인격의 상징(?)이라 할지라도
정말 개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다. -_-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이것.
일단 책 제목부터가 파격적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4주라니...
4주만 열심히 하면 책 표지의 주인공만큼은 아니더라도
멋진 몸매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에 확 넘어갔다.
물론 판촉용 멘트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_-;;

책은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
4주 동안 4일 운동하는 4X4 프로그램으로 효과를 본 사람들의 증언
(홈 쇼핑 광고도 아니고 책에 왜 이런 글들이... -_-;;; ),
그리고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의 3가지 신체조건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운동 방법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 기구와 방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체형을 3가지 형태로만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어폐가 있으나,
일단 구입한 책이니, 저자가 시키는 그대로
4주간 따라해 보기로 결심하고,
어제 처음 시도를 해봤다.

책에 나온 동작을 주의 깊게 살피고
호흡을 조심하면서 따라하기를 40분.
온몸에 땀이 흥건하게 배고,
숨이 가빠지며 괴로웠다.
과연 4주 내내 이 프로그램을 따라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하지만 한번 꺼내든 칼을 그냥 집어넣을 수는 없다.
그냥 4주 후의 다져진 몸을 생각하며
죽자는 생각으로 따라할 테다.
아자~
안되면?
안되면 말고. -_-a

ps. 인터넷에서 찾아본 몇 가지 결과에 의하면,
저자가 고안한 운동 방법을 기술한 부분을 제외하고
짧은 읽을거리나 식이요법 방법, 운동기구 사용법 등
상당수 내용이 인터넷에 있는 글들과 유사함을 발견했다. :(
그냥 잘 정리된 책 한 권 가지고 있자는 동기였으니 그냥 넘어가지만,
짜깁기한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_-;



2004-09-13

결혼의 계절



아직도 날씨가 여름과 가을을 오가는
아리까리한 계절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바로 결혼의 계절이라는 것!

주말동안 2건의 대학 동기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그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비추는 높은 가을 하늘이
그들의 결혼식을 축하해주었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누구(?)의 질투탓인지
주말 내내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나와의 술자리에 있기보다는
신부를 찾아 서둘러 귀가하는 불행한(?) 가장이 되었지만, -_-a
묘하게 하루 차이로 결혼식을 올린데다가
신혼 여행지마저도 같은 곳을 가게되어
다시 한번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두 커플이
모두 행복하였으면 한다.

행복하게, 건강하게 서로 사랑 많이 하면서
잘 살아라~ 이 배신자들아~~~ :p



2004-09-08

GMail 계정 드립니다



아무 생각없는데 6개나 더 생겼군요. -_-a
요즘은 가질만한 분들 다 가졌으니
별로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아뭏튼 생겼으니 필요하신 분들께 나눠드립니다.

comment에 연락처 남겨주신 순서로 드릴께요.



2004-09-07

mp3 이름 변경



어제 평소와 다르게 무지막지한 네트웍 사용량이 있었다.
놀라서 확인해보니 어떤 분들이 특정 mp3를
엄청나게 받아가셨나보다. -_-;

용량 때문에 한번 들어나보시라는 취지에서
저 음질로 인코딩한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찾으시는 분들이 많구먼. -_-a

몇몇 mp3 검색 사이트에서 링크만 제공받아
가져가시는 분들이 많은 듯해서
그 특정 mp3의 파일 이름을 링크와 다르게 바꿨다.

원래 이름.block으로 수정~
아는 분들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아시겠지? -_-;;

트래픽이 걱정되어 mp3 이름을 수정한 것이 이로써 3개째.
싼 호스팅을 사용해서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야하는 것에
비애를 느끼기도 하고,
mp3만 퍼가시는 분들에 대한 뻘쭘한(?) 감정이 들기도 하는 묘한 오전이다.



Efficient C++




부제: Performance Programming Techniques

업이 업인지라
기술서를 안 읽을 수가 없다.
마침 주말에 딱 시간이 있어 완결할 수 있었던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Scott Meyer 형님의 EC++, MEC++ 이후,
가장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C++과 MEC++의 내용과는 약 1/3 정도가 중첩되지만,
책의 초점을 성능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약간 냄새가 다르다고 할까?

특히 똑같은 동작을 의미하는 서로 다른 코드의
성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남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그래프는
단순 수치 비교 이상의 느낌을 주고,
조금 조잔해보이기까지 하는 CPU cycle 계산에서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_-;

사실 컴퓨터의 구조, CPU의 구조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에 기반하여 심지어 변수들끼리라도
같은 cache line을 이용하거나
또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소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부분에 와서는
머릿속에 별이 떠돌아다닐 만큼 충격이었다. -o-;

솔직히 말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기에,
그리고 그런 건 컴파일러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컴파일러가 만능일 리 없고
결국, 내가 알아서 해줘야 한다는 지각이 들자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모든 것들에 대해 아찔한 느낌이 몰려들 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 책이기도 하다. -_-;;

때때로 명확한 코드 작성보다
성능 위주의 접근 강조로 인해
난해한 코드 작성을 부추기는 감이 있지만,
성능 개선을 위해서라면 1 CPU cycle이라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개발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inline에 대한 내용과 다른 책에서 흔치 않은
multi-thread 환경에 대해 다뤄주는 부분이 특별히 유익하다.

그다지 학술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닐지라도,
이 책과 EC++, MEC++을 기억하면서
작성한 프로그램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환상을 꿈꾸게 했다. :)



2004-09-06

성공기업의 딜레마





오랜만에 경영 관련서를 읽었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가볍게 읽을 거리로 골랐던 책인데,
이번에도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_-;

약간 독특(?)하게 생긴 아저씨가 표지에 등장하여
우스운 책이 아닐까하는 착각을 주지만
그 내용은 절대 우습지 않다.

왜 성공한 기업들이 최신의 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풍부한 자원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와해성 기술 혁신에 대한
잘못된 대응에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때때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켜나가거나 뺏으려는 것을 존속성 혁신이라고 명명하고,
대다수의 기업이 존속성 혁신은 매우 잘 수행하지만
와해성 혁신을 수용하는데 실패하여 결국 망하게 된다는 것을
디스크 드라이브 업계에서의 사례, 굴착기 업계에서의 사례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절대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지금껏 나의 사고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상당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룰로 이길 수 없다면 그 룰을 바꿔라.' 라는 말과
일치하는 듯 보이는 와해성 혁신은
최첨단 기술만으로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준다.

시장의 원하는 기술 수준을 공급자가 넘어섰다면,
그 시장에는 지금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던 요소가 약해지고
전혀 다른 요소에 대한 요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
저자의 예를 들면, 디스크 업계에서 저장 용량에 대한 요구를
기술이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게 되자
오히려 그 요소는 제품 선택의 기준에서 제외되고
제품의 크기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와해성 기술 혁신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나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주었다.
현재 회사에서 어떤 것이 앞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인가?
그리고 장차 사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아이템으로 해야할 것인가?

성공한 기업에 있어서의 딜레마 해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기술 관련서만 보다가
가끔 이런 경영서를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



2004-09-04

난리다~



한일 합병이 합법적이라는 모 인기 작가의 발언도 그렇고,
정신대는 자발적인 창녀 집단이었다는 학문적 성과(?)를
자랑스럽게 밝힌 모 대학 교수도 그렇고...
(도무지 경제학 교수가 이 문제를 왜 언급하는지 까닭을 모르겠다. :( )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예전같았다면 이런 사람들은 뭔가 고매한 사상이 있어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이른바 섬김의 대상이라고 믿었을텐데,
이제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사고 방식을 또 다시 확인하고나니,
우리 사회에 가짜 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다시 한번 깨닫는 중이다.

그들의 자발적 커밍아웃에 박수를 보낸다.
더 보여달라, 더...
이런 난리는 아무리 봐도 유익하다니까...



2004-09-02

확인하고 또 확인하자!



어제는 아침부터 바싹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상용 서비스에 대고 DB 조작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DB 조작 실수로 데이터를 날려 먹었어요. T_T;'
흔히 볼 수 있는 진땀 나는 상황.
그걸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날카롭게 곤두세워야한다.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났지만
일에 워낙 긴장하고 있던 터라
졸음 따위는 달아난지 오래였다.
'실수하면 사표 내지, 뭐' 정도의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그날 부로 인생 끝장.
경력에 치명적인 빨간 줄이 그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람을 더 긴장시켰다.

비장한 각오로 문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작업 순서를 다시 정리했다.
여기서 이렇게 하다가 저렇게 확인하고,
OK면 계속 진행, 아니면 이러저러하게 되돌리고 다시 수행하고... 중얼중얼.
머리속에서 일의 진행에 대한 윤곽은 확실했다.
문제는 sql 스크립트를 내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다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구현한 사람은 휴가가고 없는 상태.
고로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만든 이가 몇 번 테스트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이사하고 장비 설정하는 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서
테스트를 전혀 해보지 못한 상황.
최소한 돌아가도록 만들어뒀겠지 라는 생각이 너무 안일했던 걸까?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에러가 나온다. -_-;
'뭐가 문제지?'
코드를 후비며 에러 추적.
'이런~ 문서에 이건 왜 빼놨어??? ^-_-^'
서둘러 수정하고 다시 수행.
'아,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군.'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작업을 바라보며 다음 작업 준비 시작.
그리고 완료된 작업을 확인.
그런데 결과가 이상하다.
'헉, 또 왜 이러지? rollback~~'
그리고 다시 의심나는 부분 추적.
알고 보니 DB에 반영해달라고 부탁했던 최신 sql 소스가 아니었다.
서둘러 최신으로 반영하고 다시 시작.
작업이 끝난 후, 확인해보니 정상이다.
'휴, 다행이군.'
한숨 돌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쓰레기 데이터가 잘 정리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관제실에서 서비스를 올리는 바람에 확인할 수가 없었다.
서비스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쓰레기를 정리한다는
회사 동료의 말을 상기하고는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일단 팀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여기에 또 최후의 복병이 존재했으니...
뭔가 이상하다고 문의가 들어와 확인해보니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clean up 작업이 수행되지 않았다. T_T;;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이러저러하게 처리하면 문제는 해결될거라고
메일을 보내고 거의 기진맥진이었다.
별 문제 없을 꺼라고 생각하고 확인하지 않았던 일들이
하나같이 나를 농락하듯 문제를 일으켰다. :(

그래서, 어제의 교훈.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자.
안일하게 믿고 있다가 큰 일 치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긴장된 하루였지만, 좋은(?) 경험했다.